어렸을 적 나에게 가장 큰 돈은 100만원이었다
100만원이 있으면 무엇이든 다 살 수 있는줄 알았다
당시 내가 사고 싶었던 물건은 5천원짜리 장난감이었다
100만원이라는 돈은 무엇을 사더라도 나에게 너무 큰 돈의 단위였다

 

대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나는 사고 싶은 것이 많아졌다
커져가는 허영을 채우기 위해 더 많은 물건이 있어야 했다
어느 날인가 내가 사고 싶은 것들을 다 사기 위한 금액을 계산해보았다
다 합쳐보니 200만원이었다
난 200만원만 있으면 모든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었다

 

지금 나는 회사에 취직을 하고 과장자리에 앉아있다
이제 내가 사고 싶은 것은 작은 집이다
욕심이 적은건지 검소한건지 좋은 집은 아니고 딱 2억5천만원짜리 집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아직 나는 100만원이 무척이나 아쉬운 날이 많다


과동기, 류재웅

대학교 2015.08.02 19:10

 

과동기 재웅이. 류재웅.

재웅이는 나와 같은 과 동기였지만 과에서 친해진 친구는 아니었다. 그저 새내기 시절에 수업에 들어가면 나랑 똑같이 공부안하고 나랑 똑같이 수업에 안들어오던 그냥 저냥 얼굴알고 인사하고 지내던 친구였다.

대학교 2학년 때도 물론 과에서 친하게 지낸 적은 없고, 얜 영화동아리 영상놀에서 놀던 죽돌이었기에 학생회관에서 자주 만났다. 그렇다고 친하지도 않았다. 학생회관에서 자주 만나던 과 동기들은 거의 수업에 나가지 않았고 물론 공부도 거의 하지 않았다. 늘 우린 누가 더 꼴지인지를 서로 경쟁삼아 학교를 다녔던 것 같다.

내가 재웅이랑 친하게 된 계기는 3학년 때부터다. 나는 동아리연합회 사무장을 하게 되었고 재웅이는 동아리가 그토록 재미있었는지 군대를 안가고 동아리에서 놀았다. 대부분의 과 수업은 3학년이 되면 팀 프로젝트를 해야한다. 서로 공부를 안하다보니 친구들이 나와 재웅이를 같은 팀으로 짜질 않았고 다른 팀에 껴들어가기도 쉽지 않았다. 우린 자연스럽게 한팀이 되었다. 결과는 늘 뻔했지.

팀프로젝트를 한다는 핑계로 학생회관에 와서 우린 주로 영화를 보거나 다른 동아리 뭐 할 거 있다고 하면 도와주는걸로 시간을 보냈다. 어느날 부터 재웅이는 학생회관 조명/음향실 담당 알바를 시작했고 그 덕에 동영상 편집 등이 많이 필요했던 나는 재웅이에게 영상 부탁을 점점 더 많이 하게 되었다.

재웅이와 나는 서로 베프였던 적은 없었다. 연락을 서로 많이 한 적도 없고 상호간에 볼 일이 없으면 몇달이고 죽었든 살았든 그냥 지냈다. 우린 시간과 공간이 매개재였다. 동아리 연합회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았고 같은 술자리에 껴있는 시간이 많았고 동영상, 컴퓨터, 음악 이런거에 서로 관심이 많았기에 졸업이 가까워졌을 땐 베스트 프렌드가 되어있었다.

졸업 이후, 재웅이는 뒤늦게 군대에 갔다. 나도 그 다음학기에 졸업하고 1년간의 백수생활을 지낸 후에 대학원에 입학했다. 나중에 재웅이가 제대한 이후 재웅이는 이민간 가족을 따라 미국으로 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들은 소식은 싸이월드에 간만에 업데이트된 글이었는데 무슨 마트에서 계산하는 점원을 하고 있다는 것과 미국 애들은 암산이 안되서 답답하다는 이야기였다.

지금은 무엇하고 지낼까? 재웅아 너는 뭐하면서 사니? 결혼은 했니? 가끔 내 생각은 하니?

 

 


삼별 2014.08.09 02:21

내가 대학교 새내기 시절 자취방에 들어온지 몇일 안되던 날에 쓴 일기에 난 훗날 석사 박사를 마치고 대기업에 입사해서 잘나가는 엘리트가 되어있을거라고 적었었다. 나름 그 일기에는 몇살까지 뭐가 되고 몇살에 무슨 학위를 따고 몇살에 입사할거라고 적었었는데 돌이켜보니 몇년 늦긴했지만 얼추 들어맞은 인생을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것 같다.

 

내 꿈은 이뤄졌나?

 

스스로에게 반문해보면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그게 꿈이였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엘리트인가? 남들 눈으로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어쨌든 명문대 박사학위를 받고 괜찮은 회사에서 그럭저럭 괜찮은 자리에 앉아있으니까.

 

그러나 나에게 나는 지금 만족하면서 살고 있지는 않다. 만족스럽지 않아서 불만이 가득한 삶을 살고 있지도 않다. 다만 내게는 아직 계속 이룰 것들이 남아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 블로그를 처음 시작할 때 내 인생은 35살이 끝이었다. 아무 것도 남기지 않고 허망히 자살할 수는 없어서 내 삶을 어딘가에 남겨놓고자 시작한 블로그니까. 다행이 나는 지금까지 삶을 유지하고 있기에 꿈같은 거창한 말도 꺼낼 수 있다.

 

37살, 나는 겨우 40살의 내 삶을 바라본다. 40살에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까? 아이는 있을까? 결혼은 했을까? 내가 봐왔던 40대들 처럼 20대를 추억으로만 간직하며 살까? 높이 뛰기위해 웅크렸던 개구리가 뛰어오를 때 만큼이나 아름다운 비상을 시작하고 있을까?

 

나도 잘 모른다. 내 꿈이 무언지 무엇이 되어야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지금 쉬어야할 때라고 본다. 40대가 시작할 무렵 무엇을 할지 어떤 꿈을 꿔야할지 생각해야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래, 지금 나에게 중요한건 미래와 꿈이 아니고 밴드에서 노래부르는거고 좋은 사람들과 좋은 날들을 보내는 것이지. 충분히 즐거운 날들을 보내면서 잊지는 말아야겠다 내 삶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