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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ries/삼별

Minery 2014. 8. 9. 02:21

내가 대학교 새내기 시절 자취방에 들어온지 몇일 안되던 날에 쓴 일기에 난 훗날 석사 박사를 마치고 대기업에 입사해서 잘나가는 엘리트가 되어있을거라고 적었었다. 나름 그 일기에는 몇살까지 뭐가 되고 몇살에 무슨 학위를 따고 몇살에 입사할거라고 적었었는데 돌이켜보니 몇년 늦긴했지만 얼추 들어맞은 인생을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것 같다.

 

내 꿈은 이뤄졌나?

 

스스로에게 반문해보면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그게 꿈이였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엘리트인가? 남들 눈으로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어쨌든 명문대 박사학위를 받고 괜찮은 회사에서 그럭저럭 괜찮은 자리에 앉아있으니까.

 

그러나 나에게 나는 지금 만족하면서 살고 있지는 않다. 만족스럽지 않아서 불만이 가득한 삶을 살고 있지도 않다. 다만 내게는 아직 계속 이룰 것들이 남아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 블로그를 처음 시작할 때 내 인생은 35살이 끝이었다. 아무 것도 남기지 않고 허망히 자살할 수는 없어서 내 삶을 어딘가에 남겨놓고자 시작한 블로그니까. 다행이 나는 지금까지 삶을 유지하고 있기에 꿈같은 거창한 말도 꺼낼 수 있다.

 

37살, 나는 겨우 40살의 내 삶을 바라본다. 40살에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까? 아이는 있을까? 결혼은 했을까? 내가 봐왔던 40대들 처럼 20대를 추억으로만 간직하며 살까? 높이 뛰기위해 웅크렸던 개구리가 뛰어오를 때 만큼이나 아름다운 비상을 시작하고 있을까?

 

나도 잘 모른다. 내 꿈이 무언지 무엇이 되어야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지금 쉬어야할 때라고 본다. 40대가 시작할 무렵 무엇을 할지 어떤 꿈을 꿔야할지 생각해야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래, 지금 나에게 중요한건 미래와 꿈이 아니고 밴드에서 노래부르는거고 좋은 사람들과 좋은 날들을 보내는 것이지. 충분히 즐거운 날들을 보내면서 잊지는 말아야겠다 내 삶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