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길이는 2012년 6월 10일경에 나와 인연을 맺게된 고양이다.


대길이는 서울 신사동에서 엄마를 잃었고 굶고 병에 걸려서 보배의 언니가 구조하여 보배네 집으로 데려온 고양이다. 대길이가 보배네에 들어온 이후 보배가 동물병원에 데려가여 기본적인 치료를 받게 해줬고 보배가 정성스레 보살펴주었다. 그러나 보배네에 이미 살고있던 복길이가 대길이와 너무 어울리기를 거부하여 힘들어하는 보배를 위하여 내가 데려오게 되었다.


대길이의 이름은 내가 지었다. 본디 보배네 복길이의 동생이기에 돌림자를 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여 여러가지 이름을 생각하다가 결국 큰 행운이 깃들라는 의미로 대길이라고 지었다.


대길이는 내가 성남까지 직접 찾아가서 데려왔다. 보배와 함께 대길이를 데리고 조치원으로 데려왔는데 조치원 내 방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의 자리를 알고 잘 적응하여 나와 보배를 흡족하게 해줬다.


나는 고양이를 이뻐하긴 했지만 고양이에 대한 상식은 전혀 없었기에 대길이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대길이가 온 이후 고양이 모래와 화장실을 사줬더니 알아서 화장실을 알아보고 대소변을 가리는 놀라움이 있었다.


처음 나와 살게되었을 때 대길이는 내 배에 올라와서 자는걸 좋아했다. 어느날인가 어머니께서 배에 올라와서 자버릇하면 사람보다 위라고 생각한다며 못하게 하시라는 말씀을 하셔서 그날 이 후 대길이는 내 배위에서 잘 수 없었다. 주먹만하던 새끼 시절 항상 내 의자 밑에서 왔다 갔다 하는걸 좋아했고 그래서 난 늘 조심스럽게 의자에 앉아야했다.


대길이와 함께 갔던 첫 동물병원은 조치원의 ㅁㅁ 동물병원이다. 의사선생님께서 다짜고짜 대길이는 귀진드기가 있다며 귀진드기 처방을 해주셨다. 그리고 10만원이라는 엄청난 병원비를 뜯어가셨다. 그 다음주에 청주 수온 동물병원에 데려갔는데 그 곳에서 배양검사와 정밀카메라로 검진했더니 귀진드기는 아니였다. -_-;;


수온동물병원의 원장님은 고양이를 아주 사랑해주시는 분이셔서 돈이야 어쨌든 안심하고 맡길 수 있어서 좋았다. 동물병원에 사는 고양이 두마리(호, 낭만)가 있는데 호는 길고양이 출신 코숏이고 낭만이는 6번의 유기경험이 있는 샴고양이다. 두 고양이 중에서 특히 호는 대길이가 진료받으러 올 때 마다 대길이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주고 강아지로부터 지켜줬다. 고마운 호.



어느날인가 나는 대길이가 재밋게 놀 수 있는 집을 만들어주고 싶어졌다. 그래서 마트에 가서 무지 박스 두개를 사왔다. 그리고 무지박스를 2층으로 쌓은 후 안쪽에 구멍을 뚫어서 미로 모양의 집을 만들어줬다. 안타깝게도 대길이는 이 집을 그렇게 자주 애용하지는 않았다. 그냥 종종 올라가서 낮잠을 자는 용도로 사용하곤 했다. 



우리 대길이는 2~3개월 즈음에 내 무릎에 올라오는걸 즐겼다. 요 위 사진처럼 무릎에 올라와서 나를 몇번 쳐다본 후에 어느순간 잔다. 난 그저 대길이가 잘 자라고 얼음을 유지해야했지만 얼마나 마음이 따뜻해졌던지..


대길이의 성격은 쾌활, 활발, 도도했다. 어디든지 신나게 뛰어다니고 궁금한 것이 많고 냥냥냥 거리며 나를 자주 부르곤 했다. 한편, 도도한 면이 있어서 내가 껴안는 것 보다는 자신이 먼저와서 스윽~ 스치고 가는걸 더 좋아했다. 더 정확히는 내가 안아주는걸 좋아하지 않았다. 쓰다듬도 대길이가 허락해주는 시간에만 가능했지 그 외의 시간에는 바라보는 것만이 가능했다.


대길이는 눈병, 피부병, 귀병을 달고 살았다. 거의 1주일에 한번씩 나는 동물병원에 출석하여 대길이의 질환을 고쳐야했다. 매일같이 소독약으로 대길이의 코와 온몸의 피부병 부위를 소독해줬고 하루에 한번씩 귀를 닦아줬다. 나중에 4개월 정도의 나이가 되었을때 비로소 대길이는 피부병이 거의 낫게 되었고 귀지도 거의 나오지 않게 되었다. 의사쌤 말씀으로는 그래도 대길이는 귀지가 많은 편이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 조차 대길이의 1개월 시절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깨끗해진 것이였다는게 중요하다.


대길이의 식성. 대부분의 고양이가 그렇듯 대길이도 모든 음식 중에서 캔을 최우선으로 한다. 내가 캔 따는 소리를 내면 냥냥냥냥~거리며 캔달라고 아우성이다. 그래도 대길이는 건사료도 잘 먹었다. 대길이는 내가 잠 자려고 불끄고 누우면 그 때 자기 밥그릇에 가서 건사료를 오도독 오도독 씹어먹는다. 그 소리가 어찌나 좋던지.. 난 늘 자기 전에 밥그릇에 건사료를 올려놓곤 했다. 한번은 대길이 먹으라고 멸치를 잘라 준 적이 있는데 멸치를 먹진 않고 축구하듯이 요리 차고 저리 차면서 가지고 논다. 하하하하 그러다가 마지막엔 입으로... 왜 먼지옷을 입혀서 먹니;;


대길이의 잠버릇. 대길이의 잠버릇은 사실 잘 모른다. 난 늘 대길이보다 먼저자서 대길이보다 늦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대길이는 내가 자기 전에는 늘 뭔가 한다. 그러다가 어느순간 내 옆으로 와서 내 허리춤이나 종아리쪽으로 가서 잔다. 새벽에 잠에서 깨보면 항상 허리 옆이나 다리 옆에서 쌔곤쌔곤 자고 있다. 귀여운 녀석.




대길이의 놀이. 대길이는 반짝거리는 낚시대를 가장 좋아한다. 위 동영상에서 보듯 낚시대로는 뭘 해도 폴짝폴짝거리며 따라다닌다. 낚시대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가진 사랑스런 대길이다.


대길이와 복. 대길이가 내게 온 이후 나에게는 좋은 일이 많이 생겼다. 그래서 대길이가 내게 복을 가져다주고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난 대학교 시간강사에서 교수로 승진하게 되었고 SCI저널지에 논문이 2개 동시에 올라오게 되었으며 어머니의 일이 갑자기 잘 풀리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쓴 원고가 학교의 홍보용 잡지에 나오게 되었고 연구실에 내 후임이 될 박사과정 학생이 들어오게 되었다(그덕에 내가 졸업을 생각 할 수 있게 되었지). 사랑하는 고양이 대길아 이 형은 네게 정말 고마워. 정말 고마워 사랑해.


대길이와 나. 대길이는 나를 확실히 좋아했다. 그리고 나중에는 나를 강하게 믿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나를 좋아하고 믿어주는 대길이에게 나는 무엇을 해줬나.. 하는 생각을 하면 그냥 안타깝고 미안할 뿐이다. 대길이는 내가 샤워하러 들어가면 나올 때 까지 문 앞에서 기다려주고 얼른 나오라고 냥냥~ 거려준다. 밤에 퇴근해서 집에 왔다가 잠시 쓰레기라도 버리러 나갈 참이면 어디갔냐고 어디갔냐고~ 냥냥냥냥 내가 들어올 때 까지 운다. 게다가 내가 어느날인가 퇴근이 늦으면 와야할 시점부터 내가 오는 시간까지 니야옹 니야옹~ 한다. 예쁜 아이. 대길이는 내가 컴퓨터를 쓸 양이면 컴퓨터 책상 위로 올라와서 키보드를 만지작 만지작 거리고 내가 안놀아준다 싶으면 책상에서 의자쪽으로 내려와서 곤히 잔다. 약간 대길이가 센티한 날이면 키보드 옆에서 누워잔다. 참 예쁜 아이.



대길이로 인해 나에게 생긴 변화. 대길이는 내 삶의 많은 것을 바꿔주었다. 첫번째로 바뀐건 방을 청소하는 버릇이다. 대길이의 털이 여기저기 날리기 시작하고 대길이가 떨궈준 화장실 모래 덕택에 나는 매일 쓸고 닦고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늘 방이 깨끝하게 유지하게 되었다. 대길이는 화장실에서 내가 뭔갈 하면 늘 궁금해하고 같이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어느날에서부턴가 아침에 머리 감을 때 화장실 문을 열어두고 씻기 시작했다. 머리 감을 때 대길이는 화장실로 들어와서 변기 위에 앉아서 앞발로 내 머리를 건드리곤 했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난 때로 머리를 감다가 멈춰서 대길이를 바라보고 눈깜빡여주고 그랬다. 또하나 내게 생긴 변화는 설거지를 바로바로 하는 버릇이다. 설거지를 열심히 하기 시작한 이유는 대길이가 설거지가 쌓여있는 곳의 물을 종종 먹으려 시도하기 때문이다. 그 물이 맛있어 보이나? 여튼, 난 설거지꺼리가 생기면 바로 씼어서 청결을 유지했다. 그리고 대길이는 물그릇에 넣어준 생수보다 화장실의 흐르는 물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아침에 머리를 감고 난 후 화장실에 스텐그릇을 놓고 물을 채워줬다. 그 이후로 대길이는 물을 즐겨먹는 고양이가 되었다. 아, 빼먹고 말 못할 뻔 했는데 대길이로 인해 내게 생긴 변화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저녁에 일찍 퇴근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침에 일찍일어나는건 아침마다 나를 깨워주고 (아마도 알람 시끄럽다고 깨운게 아닌가.. 알람끄면 나를 깨우지 않았으니까) 저녁에 대길이 밥을 줘야해서 그리고 대길이와 시간을 같이 보내줘야해서 퇴근도 일정하고 빨라졌다. 난 너에게 정말 받은게 많구나 대길아. 우리 예쁜 대길이.



내가 출근해있는 동안 대길이가 너무 심심해하는 것 같아서 대길이에게 라디오를 사줬다. 아무래도 아무 소리 안나는 것 보다는 라디오 소리가 나서 적적함이 덜해서 좋았다. (내생각)



대길이와의 첫 외출. 대길이의 3차 예방접종을 모두 마친 후 1주일 뒤 나는 드디어 대길이와 산책을 나갈 수 있었다. 첫 산책을 나온 대길이는 가방밖을 좀체 나오질 못했다. 뭔가 세상이 많이 무서웠던가봐. 그래도 데리고 나온 보람이 있었던게 한참 뒤에는 밖으로 나와서 요리조리 뛰어다니며 세상 밖 구경을 잘 했다. 중간에 강아지 한마리가 나타나 수풀로 들어간 해프닝만 아니였으면 완벽한 산책이였지.


그러던 어느날 대길이가 아프기 시작했다.


처음 대길이가 보인 증상은 배가 뽈록해지는 것이였다. 난 대길이의 배가 나온 것이 변비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변비빠지라고 올리브 기름을 캔과 섞어 주기도 했고 헤어볼을 빼주기 위해 헤어볼 제거제와 헤어볼 제거용 캔도 사와서 대길이에게 줬다. 헌데 대길이는 통 나아질 기색이 없다. 그래서 대길이를 수온동물병원으로 데려갔다. 의사선생님은 딱 보자 마자 복막염은 아니기를~ 이라고하셨다. 복막염은 무언가요? 복막염이 뭔지도 몰랐던 나는 복막염의 무서움을 듣고나서 기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복막염은 치사율 100%에 가까운 병이라니..... 대길이의 배가 뽈록한건 변비가 아니라 복수(배에 물이 차는 것)였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종이 위의 림프절을 파괴하여 물이 새서 배에 물이 찬 것이다. 이럴 수가.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배에 이미 복수가 가득하다. 장기가 보이지 않을 정도였고 곧 폐에 물이 찰 기세였다. 이럴 수가. 이제 겨우 3차 접종 끝내고 피부병이 다 나았는데 이게 무슨 맑은 하늘에 날벼락인가. 대길이는 내게 그렇게 많은 복을 가져다주고 왜 자기 복은 챙기지 못했나. 아.. 대길아 안된다. 안된다 대길아.




대길이는 병원에서 여러가지 검사를 했고 마지막 검사 결과 (배양검사)는 3일 후에 나온다고 했다. 그리고 3일 뒤, 확실한 확진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복막염은 치료 방법이 없으며 병원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곤 생명을 연장 시켜 주는 것 밖에는 없는데 그 마저도 한시적이라고 한다. 그래서 대부분 복막염을 판정받으면 더 아프기 전에 편안히 보내준다고한다. 의사 선생님은 대길이를 입원시키시겠냐고 물어보셨지만 난 거절했다. 만약 만약 만약에라도 불치의 병이라면 하루라도 더 집에 있게 하고 싶었다. 그렇게 대길이를 집에 데려온 이후 나는 많은 생각에 잠겼다. 이렇게 예쁜 고양이를 내가 직접 편안히 보내줄 결정을 해야하다니. 이건 너무 잔인하다. 나에게 한 생명의 결정권을 준다는건 신의 장난이 아닌가? 그건 신의 영역이지 나의 영역은 분명히 아니다. 그런데 난 결정을 해야할지도 모른다.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을 맛보게 해주느니 편안히 보내주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란 말에 수긍은 하지만 여전히 내겐 너무 잔인한 처사다.


난 대길이에게 사랑한다 예쁘다 고맙다 이 말을 그 3일간 수없이 반복해서 말해줬다. 대길이는 몸이 아파서 잘 몸을 가누지도 못하면서 내 곁에 앉아있어준다. 생각할 수록 마음이 짠하다. 그 휘청거리는 몸으로 나 오면 반갑다고 고개를 내게 디밀어 주니 난 눈물이 나고 감동을 하지만 너무 안쓰럽다. 이마에 뽀뽀를 해주고 사랑한다 말해주고 예쁘다 말해주고 쓰다음어 주기를 멈출수가 없다. 그 사이 보배는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분들께 대길이를 의뢰해 줬고 그 결과는 아래와 같다.


안녕하세요 지담님~
대길이 때문에 많이 속상하시죠?
음.. 일단 대길이한테 계속해서 빛은 보내고 있습니다.
다행히 아가가 건강한편이었던지라.. 잘 받아주고 있어 요
대화는 죄송하지만 따로 해보진 안았습니다 ᅮ.ᅮ
다만 아가가 살아남겠다는 의지가 강하네요
동톡 식구들이 다 같이 빛보내고 있으니 너무 좌절하지 말고 아가를 믿어주세요
가족이 포기하면 애기들은 대번에 알고 자기도 포기하 거든요
힘내라고 가족들이 응원하는것이 가장 좋은 빛입니다.
대길이 생각날때마다 빛보낼게요
편한 밤되세요


지담님~부족한 실력이나마 빛 보내주었습니다. 형 아가 잘 보살펴주고 얼른 다시 건강해지도록 도와주니 대 길이도 힘내서 조금이라도 먹으라고 얘기해주었어요.  제가 느껴볼 때 배가 좀 빵빵하게 느껴졌어요. 대길이와 오래 얘기하진 않았지만 생각보다 덤덤? 침착하게 느껴졌어요. 말을 많이 하진 않더라고요. 알겠다고 그리고 믿는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생사에 집착이 없어요.의외로 이런 일을 닥칠것을 예상하는 경우도 많구요.

나중에들은말
대길이는자신의생명이다했음을알고있었고 형이안타까워서덤덤히있었다고함


아............대길아............. 이 위대하고 사랑스럽고 대견한 고양이야.



그리고 3일 뒤 나에게 배양검사 결과가 도착했다. 결과는 양성............... 대길이는 복막염이 맞단다. 대길이가 몇일이라도 더 살려면 복수를 빼주고 알부민 링거를 놔주어야한다. 그럴려면 입원을 해야한다. 복수를 빼주는 것도 주사기론 한계가 있어서 호스를 연결해서 빼줘야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조직 손상도 가능해서 입원이 불가피하다. 입원비는 하루 10~15만원. 내 월급을 모두 대길이에게 줘도 겨우 10 여일 밖에 더 못살린다. 더구나 병원은 집이 아니다. 대길이에게 병원은 스트레스 그 자체다. 병원엔 형(나)도 없다. 난 일이 늦게 끝나니까 병원에 자주 문병가기도 어렵다. 난 생각했다. 대길이가 집도 아니고 형도 자주 못보면서 불안하게 병원에서 10 여일 정도를 더 산다한들 그것이 대길이에게 어떤 의미일까. 그게 대길이가 원하는 것일까. 대길이가 나와 대화가 가능하고 원하는 것을 묻는다면 대길이는 무엇을 선택할까? 난 대길이와 대화를 할 수 없고 그저 어림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다. 나의 선택은 입원이 아니였다. 대길이를 고양이별로 보내러 가던 날. 난 차라리 길이 막혀서 동물병원이 문 닫을 때 까지 못갔으면 싶었다. 그런데 그 날 따라 왜이리 길은 뻥뻥 뚫려있는지 교통 상황이 원망스러웠다. 걸리는 신호등 마다 마다에 대길이를 바라보고 '대길아 사랑해 미안해 고마워 미안해 사랑해' 얘기하며 쓰다듬어 줬다.


대길이는 '사랑해'라고 말해줄 때마다 눈을 깜빡여줬다. 예전엔 그렇게 눈인사를 받아보고 싶었는데 잘 안해주던 대길이가 그 날은 사랑해~ 라고 말만 하면 눈을 깜빡여준다. 이대로 대길이를 보내면 안되겠다 싶어 차를 돌릴까 수백번은 더 생각했던 것 같다. 근데 내가 정말 못된건지 독한건지 난 기어코 동물병원에 갔다. 원장선생님은 비장한 표정으로 고양이 별로 보낼 준비를 하신다. 내게 말씀하시길 우리는 못고치는 병이 아니면 절대로 보내지 않는다고.. 대길이에게 1퍼센트의 희망이라도 있으면 자비를 들여서라도 치료해주지 그냥 보내지 않는다고.. 그런데 복막염으로 힘들어했던 고양이와 집사님들을 너무 많이 봐오셔서 이른 듯 하지만 고통이 극으로 치닫기 전인 지금이 좋은 것 같다고 말씀해주신다.


대길이에게 의사 선생님이 마취제를 놔주신다. 그 손이 왜이리 밉니. 난 대길이를 꼭 잡아주고 있었다. 대길이는 주사바늘이 예전부터 싫었다. 항상 그랬듯 온 몸을 뒤틀며 주사바늘을 거부하지만 결국 마취주사를 맞았다. 대길이는 정신을 잃어가는 와중에서도 날 끊임없이 바라본다. 미안해 대길아 미안해 대길아 미안해 대길아. 울지 않으려 했는데 눈물은 끊임없이 흘러내린다. 의사선생님도 같이 울어주신다.



내게 많은 복을 가져다줬으면서 내게 바란건 캔 밖에 없었던 착한 고양이는 그렇게 고양이 별로 돌아갔다.


난 대길이를 내 연구실이 아주 잘 보이는 학교 뒷산의 양지바른 곳에 묻어줬다. 내가 담배피러 나가면 담배피러 나온 내가 딱~ 보이는 그 곳에 묻어줬다. 대길이는 아마 하루에도 열번은 넘게 나를 볼 수 있으리라.


대길아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