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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ries/대학교

과동기, 류재웅

Minery 2015. 8. 2. 19:10

 

과동기 재웅이. 류재웅.

재웅이는 나와 같은 과 동기였지만 과에서 친해진 친구는 아니었다. 그저 새내기 시절에 수업에 들어가면 나랑 똑같이 공부안하고 나랑 똑같이 수업에 안들어오던 그냥 저냥 얼굴알고 인사하고 지내던 친구였다.

대학교 2학년 때도 물론 과에서 친하게 지낸 적은 없고, 얜 영화동아리 영상놀에서 놀던 죽돌이었기에 학생회관에서 자주 만났다. 그렇다고 친하지도 않았다. 학생회관에서 자주 만나던 과 동기들은 거의 수업에 나가지 않았고 물론 공부도 거의 하지 않았다. 늘 우린 누가 더 꼴지인지를 서로 경쟁삼아 학교를 다녔던 것 같다.

내가 재웅이랑 친하게 된 계기는 3학년 때부터다. 나는 동아리연합회 사무장을 하게 되었고 재웅이는 동아리가 그토록 재미있었는지 군대를 안가고 동아리에서 놀았다. 대부분의 과 수업은 3학년이 되면 팀 프로젝트를 해야한다. 서로 공부를 안하다보니 친구들이 나와 재웅이를 같은 팀으로 짜질 않았고 다른 팀에 껴들어가기도 쉽지 않았다. 우린 자연스럽게 한팀이 되었다. 결과는 늘 뻔했지.

팀프로젝트를 한다는 핑계로 학생회관에 와서 우린 주로 영화를 보거나 다른 동아리 뭐 할 거 있다고 하면 도와주는걸로 시간을 보냈다. 어느날 부터 재웅이는 학생회관 조명/음향실 담당 알바를 시작했고 그 덕에 동영상 편집 등이 많이 필요했던 나는 재웅이에게 영상 부탁을 점점 더 많이 하게 되었다.

재웅이와 나는 서로 베프였던 적은 없었다. 연락을 서로 많이 한 적도 없고 상호간에 볼 일이 없으면 몇달이고 죽었든 살았든 그냥 지냈다. 우린 시간과 공간이 매개재였다. 동아리 연합회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았고 같은 술자리에 껴있는 시간이 많았고 동영상, 컴퓨터, 음악 이런거에 서로 관심이 많았기에 졸업이 가까워졌을 땐 베스트 프렌드가 되어있었다.

졸업 이후, 재웅이는 뒤늦게 군대에 갔다. 나도 그 다음학기에 졸업하고 1년간의 백수생활을 지낸 후에 대학원에 입학했다. 나중에 재웅이가 제대한 이후 재웅이는 이민간 가족을 따라 미국으로 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들은 소식은 싸이월드에 간만에 업데이트된 글이었는데 무슨 마트에서 계산하는 점원을 하고 있다는 것과 미국 애들은 암산이 안되서 답답하다는 이야기였다.

지금은 무엇하고 지낼까? 재웅아 너는 뭐하면서 사니? 결혼은 했니? 가끔 내 생각은 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