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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주, 내 친구 전현주. 현주는 언제 내가 처음 만났을까? 대학교 1학년 초반부터 알고 지낸건 확실하다. 대학교에 입학한 이후 난 총학생회 선배들과 그럭저럭 친분을 가지고 살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 같다. 현주도 나랑 비슷한 경우였으니까.

 

지금 생각하면 선배들이 왜 그랬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당시의 학생회는 매 주마다 무슨 무슨 결의대회나 대의원대회, 출범식 뭐 그런 종류의 집회에 참석하거나 혹은 열거나 했다. 교내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고 다른 지역에 가서 다른 학교 학생들과 함께 집회를 하기도 했는데 늘 그 자리에는 현주가 있었다.

 

현주는 집회 자리에가면 스타에 가까웠다. 난 모든 것이 낮설고 잘 모르겠었는데 현주는 마치 십여년간 집회를 참가해온 것 처럼 자연스러웠고 발언대에 내보내면 3, 4학년 선배들처럼 특유의 운동권 사투리를 사용해가며 발언을 하곤 했다. 그에 비하면 난 말도 잘 못하고 모르는게 많아서 조금 내겐 위화감이 드는 존재였다. 그런 이유로 난 현주에게 먼저다가가거나 하진 않았다. 부담스러웠으니까.

 

5월, 대동제 즈음이나 되었을 때인가, 혹은 그 전인가, 어느 날 현주가 전매특허같은 잇몸을 드러내며 밝게 웃는 얼굴로 '종수야 안녕~'했던 기억이 난다. 현주 주변에는 늘 인문대 선배들이 있거나 문창과 동기들이 있었다. 무얼 하든 자신감이 있고 즐거워 보였던 현주. 그러나 그 때 내가 봤던 현주의 모습은 17년이 지난 지금까지 내가 본 현주의 모습 중 가장 밝은 모습이다. 물론 현주는 독일서방과 독일에서 살고 있는 지금도 밝다. 다만 그 때가 더 밝았단 얘기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현주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게, 대학교 2학년 내가 동아리 회장이던 시절에 현주를 좋아했다고 알고 있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다. 내가 현주를 좋아했던건 대학교 3학년 시절 즉 2000년이었다. 1999년엔 단지 놀리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허상일 뿐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오해를 할 만도 한 것이, 새내기 시절부터 그 다음해까지 현주가 해달라는건 거의 해줬던 것 같다. 현주가 해달라는 것 자체가 별로 없긴 했지만 민중가요 테이프를 복사해달라면 해줬고 좋은 노래 골라달라고 하면 골라줬고 집회 준비나 행사준비할 때 일도와달라면 다 도와줬다. 그런데 그건 좋아서 했다기보다 현주가 내게 조금 무서운 존재였기 때문이다. 난 현주랑 같이 다니던 장보배라는 예쁜 여학생이 더 좋았다.

 

현주와 내가 친하게된 계기는 새내기에서 2학년으로 올라가던 겨울에 같이 MT를 가면서부터다. 그 MT는 동아리 회장으로 당선된 그러면서도 학생운동에 한두번 이상 발을 담가봤던 2학년들을 선배들이 모아서 갔던 MT였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 MT에 참가한 우리들은 알 수 없는 동질감을 느꼈고 더구나 그 자리에서 현주는 나에게 급격히 친근한 모습을 보여줘서 나도 그에 보조를 맞춰 친하게 되었다.

 

그 땐 몰랐다 현주와 나의 인연이 2014년 현재까지 이어질지는 진짜 몰랐다. 음, 지금은 내 친구 현주라기 보다는 보배 친구 현주에 더 가깝고 보배의 친구이기에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올 수 있는게 아닐까. 아니다. 꼭 그렇진 않을거다. 나도 현주와 만든 추억이 제법 많고 공유하고 있는 감정이라는게 있으니 일년에 한번 보는 그런 사이는 아니었겠지만 5년에 한번 쯤이든 10년에 한번 쯤이든 만나서 반가울 내 친구 현주는 여전했을테다. 현주야, 난 그렇다고 생각해.

 

이 곳에 써내려갈 나의 이야기 속에 현주가 몇 번을 더 등장할지 얼마나 더 많은 이야기를 풀어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새내기 시절의 현주 얘기는 여기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