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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2003년 보배가 취직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내가 보배를 처음 만난건 98년 3월(혹은 4월)이다. 98년에 우리학교의 문예창작학과가 처음 생겼는데 문창과 학생들이 창립제를 했었다. 그리고 같은 날 우리 학교 여학생회 입방식이라는 행사가 있었다. 나는 당시 여학생회장 누나를 졸졸 따라다니던 시절이였기에, 여학생회 입방식을 준비하는데 온갖 잡일을 도왔다. 입방식의 주요 내용은 역시 고사를 지내는거겠지. 고사가 다 끝나고 나서 그 자리에서 뒷풀이를 했다. 뒷풀이에서 술을 어느정도 먹었던가? 여튼, 술자리가 같은 건물에서 하던 문창과 창립제와 합쳐졌다. 아마 인문대 로비였던걸로 기억하는데 문창과 창립제에 문창과 학생들은 없고 문창과 여학생들과 술마시기 위해 찾아온 전교의 늑대들로 가득했었다.


그 날 나는 그 자리에서 2012년 3월 30일 현재를 기준으로 14년 넘는 인연 두명을 만나게 되었다. 그 중 한 명은 경제학과/농악대 동기 이종률이라는 놈이다. 문창과 창립제에 문창과 아닌 이들이 많아서 당황하던터에 웬 곰만한 남자 둘이 다가와서 내게 인사를 청했다.


"안녕 난 경제학과고 농악대 98학번 이종률이라고 해"
"안녕 난 경제학과고 같은 농악대 98학번 조홍석이라고 해"


나도 그들에게 인사를 하고 났더니 얘네들이 취했는지 나에게 강한 포옹을 했다. 흣.. 여튼, 두 사람 중에서 14년 인연이 된 사람은 이종률이다. 불과 몇일 전 까지도 같이 술을 먹게된 인연이다. 조홍석은 주사가 심해서 버렸다.


이렇게 두 사람과 인사를 하고 나는 선배의 심부름으로 인문대 학생회실에 들어가게 되었다. 인문대학생회실에 들어가니 이게 웬걸, 아하 문창과 여학생들이 다 여기 들어와있구나. 여학생들이 둘러 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그 중에서 어떤 여학생 한명은 혼자 앉아 뭔가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래, 바로 그 사람이 내가 처음 만난 보배다. 첫 눈에 난 보배가 예뻤다. 보배를 보고 참 예쁘다~ 하고 생각하고 있을 무렵 인문대 학생회의 어떤 선배가 보배를 향해 "보배야~ 장.보.배~!"하고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아, 쟤 이름이 보배구나. 난 그 때부터 머릿속으로 장보배 장보배 장보배 장보배 장보배 장보배 그녀의 이름을 머릿속으로 수십번을 외웠다.

나중에 물어보니 그 날 보배는 내 얼굴을 본 기억조차 없었다. 물론 그렇겠지 그 날 우린 한마디의 대화조차 하지 않았었다구.

그날 이후 난 보배의 얼굴을 학교에서 자주 볼 수 있었다. 일단 보배가 학생회관과 학생회실에 자주 보였기도 했거니와 지나가며 오며가며 현주와 인사하게되면서 현주의 단짝이던 보배도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래 너는 장보배. 장보배 장보배. 난 그렇게 널 처음 본 날 부터 네 얼굴을 볼 때마다 너의 이름을 수십번 더 외우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