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랜 강원도 강릉으로 가려고 했다.
출발하기전 거의 일주일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출발 바로 전날 돈이 모자라다는 것을 파악했고
또 강릉은 조치원에서 가기엔 너무 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급하게 행선지를 바꿨다.

보령시 대천의 섬 중에 하나인 호도.

여행객은 나와 종필형과 원식이였다.
효정과 수진이 참여할 듯 했으나 아쉽게 불발이 되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기도 했다.
너무 헝그리하고 너무 사오정 스러운 여행이였기 때문이다.
그녀들이 이런 여행을 경험했다면 아마 여행을 함께한 우리는
인간취급을 받지 못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대천항까지는 순항이였다. 대천항에서 호도로 가는 배를 탔다.
배에서도 베리 굿이였다. 신나게 사진을 찍었고
짠맛나는 바닷바람을 맞는 것도 좋았다.

45분여의 훼리호 여행이 지나간 후 드디어 도착지 호도 착륙.

일단 섬에 왔으니 구경을 해야겠지..
선착장에서 전방으로 5분을 걸으니 해수욕장이 나왔다.
작은 섬 치고 꽤 큰 해수욕장이였다.
일단 우린 한적한 곳으로 가서 텐트를 치기로 했다.
텐트를 치려고 마음먹다보니.. 가족끼리 온 텐트 근처로
가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근처에 있으면서
밥을 얻어먹을 수 있기 때문이였다.
한 텐트 근처로 갔는데 그 텐트는 안타깝게도 도저히 뭐 하나
얻어먹을 용기가 나지 않는 텐트였다.
그러나 정작 그곳에 텐트를 치지 않은 이유는
우린 텐트치는데 왕초보들이였고 텐트를 치려고 했던 곳은
모래사장이라 도저히 지지대를 박아넣을 능력이 되질
않았기 때문이였다.
곧 소나무 그늘이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겨 텐트를 세웠다.

후에 섬을 익히자는 의미로 (동굴도 찾아갈 겸)
바닷가를 걸었다.

백사장을 지나 한 코너를 지나니까 자갈밭이 나왔다.
저 멀리서 보이는 조그만 인조 그늘.
그곳엔 어느 꼬마아이가 누워있는 듯 했다.
우린 아무 생각 없었다. 그저 앞으로 갈 뿐.
그러나 이게 웬일인가?
작은 섬 호도에서 선녀를 만난 기분이였다.
웬 여인네가 비키니차림으로 선텐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몸매도 좋았다.
연못에서 목욕하고 있는 선녀를 발견한 나뭇꾼의 감탄이
우리와 같았지 않을까 되새겨본다.

계속 갔다. 힘들었다.
두번째 코너 쯤에서 굴 몇개 따먹고 돌아왔다.

우린 여행하는 동안 몇개의 진리를 만들어냈다.
너무 배고팠던 우리는 헝그리신을 모시기로 했고
헝그리정신을 갈구하다가 찾아낸 진리였다.

헝그리도 1장 1절 한번 맺은 인연은 뽕을 뽑을때까지 울궈먹는다.
헝그리도 1장 2절 (기억이 안 난다. 종필형 알려줘요~~)
헝그리도 1장 3절 정 돈이 없으면 모래를 즐겨라.

별거 아닌거 같지만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끼니를 참으면서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린 돈이 없었지만 텐트를 포기해야했다.
주변에 설치되었던 텐트는 모두 철거한 상태였고
우린 맘놓고 쓸 샤워장이 필요했고
습한 날씨에서 도저히 텐트에서 잘 수 없었다.
그래서 찾은 민박집은 '광천민박'이였다.
그곳 아저씨가 비슷한 또래인 우리가 반가웠던지
이런 저런 말도 많이 해주고 라면 끊여먹는데 물고기도 넣어줬다.

우린 어느순간 모두 사오정이 되어있었다.
끊임없이 서로의 말을 잘못 알아들어 동문서답을 반복했다.
너무 일화가 많아서 다 쓸 수는 없고.. 하나만 쓴다.

밤에 맥주먹으며 진지하게 셋이서 이야길 하고 있었다.
타임캡슐을 묻어두고 3년 뒤에 다시 와서 파보기로 했다.
그리곤 종필형이 원식에게 묻는다.
"타임캡슐 좋지 않냐?"
원식이 말한다. "타임머신 좋죠.. 미래도 볼 수 있고.."
ㅡㅡ; 우린 거의 이런식이였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드디어 바다에 수영을 하러 갔다.
소금물은 두어되 정도 마신 것 같다.
잘 하지도 못하는 수영을 잘 한다고 뻥친게 만천하에 드러났다.
그래도 다행인건 종필형이 나의 지도를 받고 자유형에 대한
감각을 익혔다는 것.
수영을 하다가 난 갑자기 설사가 몰려와서 민박집으로 뛰어들어갔고
원식과 종필형도 곧 들어왔다.

짐을 챙기고 광천항으로 돌아오는 배를 탔다.
돌아오는 길에 보령 자연 풍욕장에 가서 바람되 쐬고
콩국수 먹고 돌아왔다.
돌아오고 나니 원래 생각했던 개인 회비 5만원보다 무려
1만원을 오버했음을 알았다.
조금만 더 헝그리했다면 5만원 회비를 넘지 않았을 텐데..
우린 아직 수행이 부족했다.
헝그리도를 앞으로 3년간 더 쌓고 다시 호도를 찾기로 했다.
다시 호도를 찾았을 때 어떤 모습일지는 모르겠지만
각자 자신이 생각했던 그런 모습으로 되어있길 간절히 바란다.

나는 전문연구요원 반년차
원식인 취업 2년차
종필형은 필리핀 다녀온 후 1년간 백수 중..

밤에 맥주먹으며 했던 우리의 다짐 역시 사오정은 아니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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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7월 30일, 싸이월드에 쓴 글을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