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디 지난 지난 7월 17일 새벽에 죽음을 결의하였으나 덜컥 겁이 났다. 하지만 하루 뒤 다시 결의하였다. 그러나 역시 그 결의는 무위로 끝나게 되었다. 이번엔 겁이 나지는 않았지만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30대 중반이 되어서도 변변한 직업하나 없는 사람, 60대가되어서도 결혼을 못한 사람, 길거리에서 하루하루 사는 사람, 난 아직 어리고 기회가 아직 있고 또 내 생각과는 다르게 나의 상황이 최악은 아니였다.

지금의 나 04.07.18 오늘.
25세의 나이에도 아직 군대에 가지 못했다. 군대에 갔다오면 내 삶은 너무 막막해진다. 반면 꿈은 어찌나 창대한지 모르겠다.

2번의 학사장교 시험 낙방, 단 한번의 연애, 무일푼 무소득 실업자, 주위 사람들의 안타깝다는 듯한 시선 그리고 말투, 몇번의 기회가 있었으나 살리지 못한 아둔함, 뭐 하나 남기지 못한 학생회 생활 그리고 남지 않은 사람들, 좋지 않은 대학 성적, 병역특례를 희망하지만 가능성 현재 10%.

난 어설프고 실패투성이인 나의 삶을 마치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은 이르다는 판단을 했다. 그래서 삶을 마치는 기간을 늘리기로 했다. 정확히 내가 31세 7월 18일이 되는 때 까지 나는 나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다. 그 때 죽으나 지금 죽으나 별 차이도 없을 것이고.

내 인생의 패자부활전으로 여기기로 했다. 그 때까지도 나의 삶이 최악의 상태를 유지한다면 더 이상 살 가치가 없다. 그땐 죽자.

만약 31세 되는 해 7월 전에 내가 죽게 된다면 이 유언장을 다시 읽고 그대로 해주기를 나의 지인들에게 전한다.

1. 절대 슬퍼하지 말 것.
2. 시체는 화장을 하고 뼈가루는 한강에 뿌릴 것.
3. 장례식을 치르지 말 것. 기도도 하지 말 것.
4. 나의 물건들은 갖고 싶은 사람이 가져갈 것.
5. 내가 당신들을 잊지 않았듯 당신들도 나를 잊지만은 말아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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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때 정말 힘들었나보다. 아니다, 힘들었다. 참 힘들었다. 죽어버리려고 아파트 옥상까지 올라갔었으니까. 난 참 힘들어했다. 백수에 학사장교는 다 떨어져 버리지 집은 망해서 온 가족이 흩어졌지 돈은 없지, 그 땐 내 인생에 돌파구는 없어보였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나는 34세다. 아직 내가 안죽은걸 보니 그래도 그 때에 비해 제법 괜찮은 인생을 살고 있는 것 같다.

스물여섯살 종수야, 난 서른네살 종수란다. 내가 8년 더 살아보니 너의 미래가 그렇게 어둡지는 않아. 나도 그러진 못했지만 한껐 울렴. 좀 나아질꺼야.